운명의 역전?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는 유럽인, 특히 영국인의 이주가 많았기 때문에 유럽인의 문화가 이식되었다고 볼 수 있다. 홍콩, 싱가폴의 경우 유럽인의 비율은 낮았지만, 다른 식민지들과 달리 주로 상업 중심지로 발달하였다는 특성이 있었다. 홍콩, 싱가폴은 원래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기 때문에 문화적 관성이 없어서 유럽인의 문화가 이식되기 좋은 환경이었다. 영국 식민지가 아니었지만 마카오도 비슷한 위치해 있었고 현재도 고소득 국가이다.
반면 인도는 영국 식민지였고 현재 재산권 보호도 잘 되는 국가인데 현재 소득은 낮다. 인도는 강력한 대제국들이 있었던 곳이다. 영국이 지배할 때에도 전통적 사회 질서, 문화가 유지되었다. 영국의 제도를 배워와서 재산권 보호는 잘 되지만 영국의 문화적 코드는 이식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아프리카나 남미 식민지들은 플랜테이션 농업 중심으로 발전하였기에 상공업자가 존중 받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수가 없었다.
부르주아의 위엄과 자유는 오늘 날에도 중요하다.
최근 인도의 경제성장이 본격화되어 왔는데 이 역시 문화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과거 발리우도 영화의 주인공은 법률가, 정치인, 공직자, 군인 등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사업가가 많다고 한다.
중국이 개혁 개방을 하면서 자본가들이 존엄과 자유를 얻었고 그 결과 선전이나 샹하이가 20년 만에 고소득 지역으로 발전하였다.
과연 그것 뿐일까?
비슷한 시기에 중국은 개혁 개방 정책을 시행했고 소련은 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 정책을 실시했다. (1) 덕분에 두 나라에서는 사업의 자유가 확대되고 사업가가 존중 받게 되었다. 소련의 해체로 러시아는 공산주의 체제가 완전히 무너졌으나 중국은 공산당의 일당 독재가 계속되었고 당과 군의 영향력 또한 보존되었다.
그런데 개혁개방 이전에는 소련이 경제적, 기술적으로 앞선 국가였으나 결과적으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으나,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석유를 비롯한 자원에 의존하는 국가가 되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는 이에 대해서 중국은 점진적으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데 반해 소련은 급격한 민영화, 자유화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맞다면 단순히 부르주아의 자유와 존엄이 중국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맥클로스키는 재산권 확립과 시장경제 발달, 자본 축적의 역할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은 과거나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에 그것으로 산업 혁명과 근대 경제의 형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 발전을 평가할 때도 양 경제의 서로 다른 점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고 스티글리츠의 의견이 타당하게 들린다.
한국과 개발도상국
한국의 경우 일제 강점기와 해방을 겪으면서 전통적 위계 질서가 무너지고 사업가에 대한 존중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군사정권기에는 기업인을 우대하고 훈장을 수여했으며 수출을 많이 한 기업에게는 포상을 하여 여전한 관존민비의 인식을 바꾸고자 하였다.
하지만 기업인에 대한 인식 전환 주체가 정부였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관의 우위는 지속되었고 특히 군사정권기에는 군의 영향력이 커서 엘리트들은 군인이 되고자 하였다. 군에 큰 관심이 없는 엘리트들은 법률가나 고급 공무원을 꿈꾸는 경향이 컸다. 한국의 상황이 다른 후발국과 크게 다른 것이었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해 보인다.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만한 세력이 존중 받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그것이 어떤 세력인지는 역사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