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해진 미국인
| 여성 | 1960 | 2002 |
|---|---|---|
| 키 | 160.2 | 162.6 |
| 무게 | 63.6 | 74.5 |
| BMI | 24.8 | 28.2 |
| 남성 | 1960 | 2002 |
|---|---|---|
| 키 | 172.7 | 176.5 |
| 몸무게 | 75.4 | 86.6 |
| BMI | 25.3 | 27.8 |
미국인의 키와 몸무게 변화
자료: “https://www.cdc.gov/nchs/pressroom/04news/americans.htm”
미국인은 40여년간 키가 커지긴 했지만 몸무게는 훨씬 많이 늘었다. 특히 여성의 경우 키가 2.4cm 밖에 늘지 않았는데 몸무게는 11.2kg이 늘었다. 그 결과 평균적인 미국인은 비만에 속한다.
그 결과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는 압도적인 비만율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세계의 비만율
출처: By S4uri3r - Own work, CC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57792856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국은 현재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비만한 나라지만 원래 비만의 나라는 아니었다. 1960년대 이후 미국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자동차 왕국의 도래
미국의 도시들이 원래부터 자동차 중심은 아니었다. 1950년대 이전에는 미국 도시들도 유럽 도시와 큰 차이가 없는 도보 위주의 도시였다. 1960년대부터 미국의 교통이 본격적으로 자동차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교외는 모두 고속도로로 연결되었고, 버스와 트램 노선은 폐지되었다. 상업 구조는 주유소, 드라이브 스루 기반으로 재편되었다.
80년대에는 자동차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고, 월마트, 코스트코 등 교외형 대형마트 확산되었다. 결국 미국은 대형마트에서 사온 대용량 가공 식품으로 장기간 생존하는 형태의 생활방식이 자리 잡았고 더 이상 보행은 교통수단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자동차와 마당 있는 주택은 1920년대부터 미국 부유층에게 일종의 구별짓기 재화였는데 50년대 이후 미국 경제가 고도 성장하면서 중산층도 교외 주택과 자동차를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게 되었고 그 결과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자동차 중심 도시의 탄생이었다. 자동차 중심 도시는 운동량, 먹을 거리 양면에서 미국인들의 비만을 촉진하였다.

1960년대 청량음료 광고
광고는 미국 중산층의 생활 양식을 추동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였다.

미국의 교외 주택
집마다 자동차 진입로와 차고가 있고 바베큐를 할 수 있는 뒷마당을 갖춘 전형적인 미국의 중산층 주택 단지다. 이런 주택 단지는 부동산 개발 업자가 조성하여 분양한다. 잔디밭 역시 미국 중산층을 상징하는 문화인데 역시 잔디밭을 가꿀 정도의 여유가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상류층이 하던 문화를 배운 것이다.

아리조나 피닉스시
피닉스는 미국 자동차 문화의 정점에 있는 도시로 꼽힌다. 시 자체 인구 160만, 도시권 인구 500만에 이르는 대도시인데 멀리 고층 건물이 보이는 곳이 도심의 전부고 나머지 지역은 차 없이는 갈 수 없도록 넓게 펼쳐져 있는 단독주택과 낮은 상가들이다. 당연히 걸어서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미국은 몇몇 예외적인 도시를 제외하면 도보 생활이 불가능하고 도보 생활이 가능한 곳조차 중산층은 교외에서 자동차 생활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나마 뉴욕, 마이애미, 샌프란시스코 등은 중상류층이 시내에서 거주하는 유럽식 도시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 변화와 가공식품 및 패스트 푸드 산업의 폭발적 성장
1960년대 미국의 패스트푸드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것이 미국인들의 건강을 해친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패스트푸드 산업이 성장한 이유에 대해서는 핵가족화와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등 사회 구조 변화가 흔히 거론된다. 그런데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 변화를 겪었는데 미국이 유독 가공 식품 의존도가 심해졌는데 아마도 미국이 가장 먼저 산업화가 이뤄졌고 광고의 힘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1960년대 맥도날드 엽서 사진
드라이브 스루 매장과 모여 있는 자동차들이 미국인들의 생활 양식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옥수수 산업의 폭발적 성장
1960년대 옥수수를 이용한 과당 시럽 제조 기술 개발되었고 설탕을 대신해서 각종 가공 식품에 폭발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1970년대 얼 버츠(Earl Butz)는 대규모 기업 영농, 단일 작물을 재배하는 시장형 농업으로 미국의 농업을 재편하고 옥수수의 생산 단가를 극적으로 낮추는 농업 정책을 시행하였다. 당시 그의 표어는 “Get Big or Get Out”이었다. 영농의 대규모화, 상업화와 막대한 보조금 덕분에 옥수수 가격은 폭락하였고 덕분에 옥수수 가공 산업이 확대되었다.
지방은 나쁘다 캠페인
50-60년대 미국의 심장병이 급증했고 Ancel Keys는 유명한 Seven Countries Analysis에서 포화지방 섭취량 높은 나라일수록 심장병이 많았고 지방을 줄여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정부의 가이드라인 식품업계의 광고는 포화지방이 많은 동물성 지방을 줄이고 식물성 지방인 마가린, 쇼트닝과 탄수화물을 늘려야 한다는 잘못된 결론으로 치달았다. 나중에야 포화지방도 적당량은 괜찮고, 고탄수화물 식이는 고지방 식이만큼이나 위험하고, 트랜스지방은 최악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드러났다.
Ancel Keys의 억울함
최근 저탄수화물 식이의 옹호자들이 늘어나면서 Ancel Keys의 Seven Countries Analysis는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이의 원흉으로 많은 공격을 당했다. 하지만 Ancel Keys는 고탄수화물이 좋다고 한 적이 없고 포화지방보다는 불포화지방이 좋다고 했는데 이는 오히려 최근 영양학이 밝혀낸 것과 일치하는 견해다. Ancel Keys의 연구 자체보다는 이후의 전개가 문제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해명은 정책사, 산업사, 과학사, 문화사, 국제 비교를 포괄하는 거대한 작업이 될 것이다.
사실 미국의 식이는 지방이냐 탄수화물이냐 문제가 아니라 둘 다 많은 게 문제다.
식단의 계급화
2000년대 이후에야 트랜스지방의 위험성, 설탕과 고과당 옥수수시럽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정책 방향도 바뀌었다. 그 결과 고소득층의 식단은 건강하게 돌아왔고 덕분에 고소득층은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으나 중산층 이하는 선진국 중에서 가장 건강하지 못한 식사를 하고 있다. 여전히 미국의 중하류층은 아침으로 도너츠를 먹고, 점심에는 대충 샌드위치, 저녁에는 칼로리 폭탄 냉동 식품을 먹고는 한다. 선진국 중 미국만큼 식단에서부터 계급 차이가 드러나는 나라는 없다.
건강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같은 소득과 과학 기술 양면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조차 지나친 상업화, 잘못된 정책으로 전 국민의 건강을 망쳤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생활 습관, 사회 시스템이란 것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산층 이하 계급도 자신들의 식사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 쯤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