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의 복제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기술은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어 있고 투입 요소는 동질적이기 때문에 조직은 쉽게 복제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삼성전자와 똑 같은 기업가와 노동자, 그리고 기계 장치들을 시장에서 산다면 삼성전자와 똑 같은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똑 같은 기업가, 노동자를 구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현실의 인간은 모두가 다 다르다. 모두가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할 수는 없다.

만일 똑 같은 투입요소를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 특수적이고 암묵적인 지식을 지니고 있는 루틴을 복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가 삼성전자를 하나 더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삼성전자는 조직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훈련조직을 이미 갖추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 직원들이 직접 새로운 노동자들을 가르칠 수도 있다. 따라서 상당히 비슷하게 삼성전자를 베낄 수는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에는 큰 비용과 시간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직접 가르친다면 그만큼 생산에 투입될 수가 없다. 또한 완벽히 복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루틴을 가르치고 시행착오를 거쳐서 안정화를 하려면 긴 시간이 요구되고 아무리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도 완벽히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루틴의 복제는 매우 어려운 것이고 따라서 성공한 기업이 단순히 덩치를 두 배 키운다고 해서 똑 같은 성공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루틴의 모방

실제 기업 사이의 모방은 매우 흔하지만 모방은 복제보다 더 힘들다.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에게 그 루틴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다른 기업은 삼성전자 제품을 분해해서 조사한 후 그것을 흉내낸다던지 (역엔지니어링), 삼성전자 출신의 조직원을 영입한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루틴을 모방하지만 일부분만 모방할 수 있을 뿐이고 상당 부분은 스스로가 창조해야 한다. 스스로 창조한 부분이 매우 클 때 우리는 그것을 모방이 아니라 혁신이라고 부른다

혁신

일찍이 슘페터는 혁신을 새롭게 무언가를 조합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루틴의 혁신 또한 이와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다. 기존에 존재하던 루틴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바로 혁신인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루틴을 발명하기도 하고 새로운 루틴과 기존의 루틴을 조합하기도 한다.

혁신활동을 하더라도 그 결과물이 무엇이 나올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하지만 혁신활동 자체는 상당히 예측 가능한 일정한 규칙들에 의해 움직인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혁신활동을 할 때에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동안 하던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칙과 혁신능력 역시 하나의 루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혁신 방식이 있을 수도 있고, 남보다 훨씬 뛰어난 한 천재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기발한 것을 생각해 낼 수도 있다. 혹은 반대로 누가 봐도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불확실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혁신활동이라는 것 역시 과거로부터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련의 루틴으로서 행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