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인종주의의 논리적 오류
자연주의적 오류
- 과학적 인종주의는 단순한 과학적 주장을 넘어서 제국주의, 노예제, 인종차별, 나치즘, 우생학을 정당화하는 이념이 되었다.
- 과학적 인종주의가 전혀 과학적이지 않지만 설사 그것이 맞다고 해도, 즉 어떠한 인종이 다른 인종에 비해 열등하다고 해도 그것이 차별이나 노예화, 학살, 정복이 정당화할 수는 없다.
- 과학적 인종주의자들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자연주의적 오류(Naturalistc Falacy)1에 해당한다.
현대판 과학적 인종주의와 윤리
- 현대적 과학적 인종주의는 스스로 과학일 뿐 어떠한 당위를 주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기 때문에 자연주의적 오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회학자, 철학자들은 과학의 탈을 쓰고 있을 뿐 특정한 이념적 편향과 관련있다는 혐의를 거두지 않는다.
- 반면 진화심리학자들은 반대로 사회학자나 인문학자들이 인종 간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도덕적 판단을 끌어와 인종 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 판단을 비판하는 도덕주의적 오류(Moralistc Falacy)를 저지르고 있다고 항변한다.2
- 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진화심리학의 명제 자체는 과학 명제일 수 있고 그런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하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편향적으로 보이는, 그리고 검증할 방법이 없는 가설을 (그것도 검증된 사실인 것처럼) 남발한다면 그 의도 자체를 의심할 수 있고 그런 것을 폭로하는 것이 사회학자들이 하는 일이기도 하다.
- 이 주제를 논하려면 끝 없이 길어질 수 있기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착각에 대해서만 다음 절에서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진화생물학과 철학
”이기적 유전자”의 의미
-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진화생물학 교양서이다. 훗날 도킨스의 비판하게 되는 학자들도 이 책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인정해왔다.3 문제는 이 책을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강예서, "스카이 캐슬" 중에서
항상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기적 유전자)을 읽고 제가 옳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유전자의 훌륭한 이기적 본능에 따라 충실하게 살겠습니다.
- 이기적 유전자를 이렇게 읽는 것은 예나 뿐 아니다. 유명한 지식인조차도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인생관이 바뀌었다”는 소감을 밝혔으니 말이다. 만일 이 책을 읽고 인생관이 바뀌었다면 그것은 책을 잘못 읽었기 때문이다.
차서준, "스카이 캐슬" 중에서
책 똑바로 읽은 거 맞습니까? 책에서 인간만이 이러한 본능을 거스를 수 있다고 한 것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요?
- 아마 국어 점수는 서준이가 예서보다 높았을 것이다.
- “이기적 유전자”는 과학 책이지 철학 책이 아니다. 과학은 절대 인생관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기적 유전자”를 잘못 읽은 사람들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이기적 유전자”에는 독자로 하여금 유전자가 진짜 이기적이라고 믿게 할만큼 문학적, 비과학적 수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물론 도킨스 탓을 할 수도 없다. 도킨스는 그렇게 해석하지 말라고 수 차례 말하고 있으니까.
과학의 영역과 인문학의 영역
- 진화생물학자들은 이해의 편의를 위해, 혹은 설명의 편의를 위해 문학적, 비과학적 수사를 흔히 쓰는데 이는 말 그대로 편의를 위한 것이지 그것 자체가 생물학의 영역을 넘어선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생물학적 현상 그 자체를 넘어선 의미에 대해 논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 아래 두 인용문을 보자.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중에서
유전자는 외부로부터 차단된 로봇 속에 안전하게 거대한 집단으로 떼 지어 살면서, 복잡한 간접경로를 통하여 외계와 연락하고 원격 조정기로 외계를 조작하고 있다. 그것은 당신 안에도 그리고 내 안에도 있다. 또한 그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것들의 유지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론적 근거이기도 하다.
데니스 노블, "The Music of Life: Biology beyond the Genome"
유전자는 외부에 의해 형성된 높은 지능을 갖춘 존재들 속에 갇힌 채 거대한 집단 속에 잡혀 있으면서, 복잡한 과정들을 통하여 외계와 연락하고 그것들을 통해 맹목적으로 마치 마술처럼 기능들이 발생한다. 그것은 당신 안에도 그리고 내 안에도 있다. 또한 우리는 그것들의 코드가 읽혀지도록 허락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것들의 유지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번식하는 가운데 경험하는 기쁨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우리야 말로 그것들이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론적 근거이기도 하다.
- 두 인용문이 설명하고 있는 현상은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 따라서 과학적으로는 둘 다 틀린 점이 없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는데, 둘 중 무엇이 맞는지는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 “이기적 유전자”를 오독하는 것은 도킨스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킨스에 대한 혐의를 지울 수 없게 되었다. 도킨스는 최근의 저작과 언행으로 과학의 경계를 넘었고 이제 이기적 유전자의 서술 방식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진 것이 아닐까?
Foot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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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적 오류는 보통 사실로부터 당위를 끌어내는 것을 가리킨다. 에를 들어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세 번 먹는다”는 사실로부터 “하루에 세 번 먹는 것이 옳다”는 당위를 주장을 한다면 자연주의적 오류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자연에서 약육강식이 발견된다고 하여 사람 사이에서 약육강식이 정당화된다고 하는 것은 자연주의적 오류에 해당할 것이다. 사실 이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자연에 호소하는 오류에 더 가까운데 이 둘은 혼용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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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주의적 오류란 자연의 한 측면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고기를 먹는 것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사람이 고기를 먹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도덕주의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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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나오는 “밈” 개념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비판하고 있고, 도킨스 스스로도 이 개념을 갈수록 잘 쓰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