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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후발국에 의한 기술추격이 진정한 혁신이라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 전에는 토착 지식이 새로운 토착 지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외국지식을 국내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일 뿐이다. 따라서 추격의 모든 단계에서, 어떤 형태이든지 간에 외국 지식기반에 대한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라이센싱과 그 한계

초기 기술 이전에 있어 가장 주요한 경로는 라이센싱FDI가 특히 중요했다. 실행에 의한 학습경로를 제외하고는, 1970년대와 80년대 기술이전은 주로 라이선스 방식에 의해 외국기술을 들여오는 형태였다.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 OEM 수출계약을 통한 생산에서 외국 바이어의 품질관리 요구나 지도 등은 한국 기업의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하지만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그 비용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방식에 의한 추격 속도는 점점 느려지거나 중지되었다.

열려 있는 지식 흡수의 통로

대규모 최종 생산업체로부터 기술사용 허가를 얻는 일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소업체 혹은 R&D 업체를 통한 기술흡수 전략을 추구하였다.

현대자동차는 Ricardo와 같은 전문 R&D업체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삼성은 당시 재정위기에 빠져있던 인텔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CDMA 개발의 경우, 한국 기업들은 업계 선두주자가 아닌 벤처 기업으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해 아직 생성 단계에 있는 기술을 사용하였다.

신기술을 원하는 중국기업들에게는 한국 중소기업이 신기술, 특히 IT 분야 기술의 공급원으로 작용하였다.

그 밖의 지식 흡수 통로

해외 R&D 기지, 해외에서 유학 중이거나 근무하고 있는 자국 근로자의 영입, M&A 등도 중요한 지식의 흡수 통로였다.

  • 삼성 반도체, 현대 자동차 등에서 해외 R&D 기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고 현대의 경우 현재도 한국, 일본, 미국, 유럽을 연결하는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에 맞는 차량을 개발하였다.
  • 삼성의 반도체 개발과 대만의 전자산업 육성에 있어서 해외에서 공부한 자국 연구인력의 영입이 아주 큰 역할을 하였다.
  • LG는 M&A를 통해서 디지털 텔레비젼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다.
  •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인 M&A를 통해서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다.

보완적 자산

추격의 단계가 올라가면서 추격에 있어 보완적 자산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보완적 자산

외국에서 지식을 흡수할 때 그것을 상품화 하는 데 필요한 다른 자산을 의미한다.

보완적 자산이 충분하면 선발국 업체와 상보적 관계에서 협력이 가능하다. CDMA의 경우 퀄컴과 한국 컨소시엄 간의 협력이 가능했던 이유는 양쪽 다 서로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측은 퀄컴으로부터 핵심기술과 기초 연구력을, 퀄컴은 자금, 상용화 능력, 그리고 하드웨어 설비로 뒷받침되는 기술력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기술흡수를 촉진하는 정책으로서 민관 공동 R&D

위험 부담이 큰 R&D 프로젝트의 경우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후발국에서는 민간 기업 단독으로 행하기가 힘들다. 이런 프로젝트에 있어서 컨소시엄이 기술추격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하였다.

한국의 TDX, CDMA, 디지털 TV에 이르기까지 민관 R&D 컨소시엄의 성공 사례를 보면 후발 업체의 기술 추격 과정에서 정부가 긍정적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기술학습 경로로서 FDI의 역할은 제한적

한국의 재벌들은 선진 제품을 조립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마침내 핵심부품까지 생산하게 되는 역행적 엔지니어링 방식을 취하였다. 60년대 섬유, 의류, 합판업은 자본에 체화된 기술이 중요하였기 때문에 가동에 필요한 기술만 습득하면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70년대 본격적으로 고위험 프로젝트인 중화학공업, 기계, 자동차, 전자 공업 등에 진입하면서 FDI나 기술도입에 의존하였다. FDI 전략의 약점은 외국기업은 현재 도착지 국가가 가지고 있는 정태적 비교우위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이다. 외국자본은 정태적 비교우위가 사라졌을 때 주저하지 않고 그 국가를 떠난다.

외국기업은 개발도상국에서는 단순 조립 등의 저부가가치 활동만 하고 설계, 핵심부품생산, R&D 등의 고부가가치 활동은 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서 행한다. 따라서 외국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동적 비교우위를 창출할 원천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모방자에서 혁신자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질적인 비약이 필요한데 외국자본에게 이러한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외국 자본을 산업 초기에 합작투자의 형식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하였다. 한국이 FDI에 의존하지 않았던 이유는 FDI 외에도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동차 산업의 예

현대의 경우 미쯔비시를 포함해 어느 외국인 주주들과도 경영권을 공유하지 않고, 엔진 개발과 같은 핵심 R&D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독자적으로 유지하였다.

반면 대우의 경우 GM과 소유권 및 경영권을 공유했는데 GM은 핵심 기술을 대우에 이전해 주기를 꺼렸다. 외국 대주주와 경영권 다툼에 휩싸이게 된 대우는 결국 1990년대 초반 GM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하기에 이르렀고 독립을 하고 나서야 대우는 자체적인 R&D 투자에 대한 결실을 맺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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