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중에서
“아니, 흔한 얘기가 아니올시다! 가령 지금까지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말을 듣고 그 말에 따라 사랑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겠습니까?” 표트르 페트로비치가 이렇게 말을 이어갔지만 아무래도 호들갑이 좀 지나친 것 같았다. “카프탄을 반으로 잘라 이웃과 나눈 결과 우리 둘 다 반쯤 헐벗은 꼴, 러시아의 속담대로 ‘두 마리 토기를 쫓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라는 꼴이 됐겠지요. 한편 과학1 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 누구보다도 너 자신만을 사랑하라, 세상의 모든 것이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기초하고 있으니까, 라고요. 자신만을 사랑하면 자신의 일도 무난히 잘 처리하고 카프탄도 온전할 겁니다. 경제적 진리에 따르면 또한, 사회에서 개별 사업이 많이 성사될수록, 말하자면 온전한 카프탄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회를 위한 기반도 더 공고해지고 사회 내의 공공사업도 더 많이 성사됩니다. 고로, 그야말로 오로지 저 자신을 위한 카프탄을 획득함으로써, 바로 그러써 저는 모두를 위해 카프탄을 획득하자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웃에게 찢어진 카프탄보다는 좀 더 많은 것이 떨어지도록 하자는 것인데, 이는 이미 사적이고 개별적인 관대함이 아니라 총체적인 번영의 결과물인 셈입니다. 참 단순한 사상이지만, 불행히도 열광과 몽상의 그늘에 가려져 너무 오랜 세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고, 그걸 깨달으려면 재치가 좀 있어야 할 것 같군요…”
Foot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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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과학은 학문 전반, 혹은 이성적 사고, 유물론적 철학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당대 과학은 과학적 유물론, 사회진화론, 공리주의, 계산적 합리주의, 계몽주의와 연관된 표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