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처음    다음▶️   📁사이트맵

문제의 제기

문명 간의 발전 속도 차이에 의한 정복은 유럽인만의 행위는 아니다.

1835년 11월 19일 뉴질랜드의 마오리족 400여명이 채텀 제도에 상륙하여 두 배가 넘는 열세에도 불구하고 원주민인 모리오리족을 무차별 학살하였다. 농경민족인 마오리족은 훨씬 강력한 지도체제와 무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마오리족은 모리오리족에 비해 훨씬 강력한 지도체제와 무기를 가지고있었던 것일까?


마오리족의 모습


뉴질랜드와 채텀제도의 위치

역사적 실험

지리결정론을 입증하려면 유럽과 남미, 뉴질랜드와 채텀 제도의 지리적 환경이 두 문명의 차이를 만들어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이주시기, 초기 기술 상태, 문화와 관습, 주변 부족으로부터의 영향 등 다양한 변수들이 발전속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순수한 지리적 환경의 영향을 측정하기 곤란한다.

자연과학자라면 다른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하고 지리적 조건이 다른 두 곳에 인간을 떨어뜨려놓고 발전 과정을 관찰할 것이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우연히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고 지리적 조건만 다른 사례를 찾는다면 비교를 통해 자연과학의 실험을 흉내낼 수 있다.1

마오리족과 모리오리족

마오리족과 모리오리족은 정착 시점, 인종 구성, 초기 문화적 수준 등 지리 외에 다른 점들이 모두 비슷하고 외부로부터의 영향 또한 거의 없었다. 모리오리족은 뉴질랜드로부터 건너왔기 때문에 초기에는 같은 문화,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뉴질랜드와 채텀 제도는 변인이 잘 통제된 역사적 실험의 대상으로 적합하다.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대이동: 태평양 도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오스트로네시아어족에 속하는 언어를 사용하는데 대만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여기에 속한다. 학자들은 기원전 3천년 경부터 오스트로네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만을 출발하여 태평양 전역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여긴다. 심지어 아프리카 대륙 바로 옆에 있는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아용되는 언어도 오스트로네시아어족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기원후 1200년 경 뉴질랜드에 정착했고 비슷한 시기 채텀제도로 건너가서 정착하였다.

뉴질랜드와 채텀제도의 비교

🇳🇿 뉴질랜드

  • 폴리네시아에서 가장 큰 섬
  • 광물이 풍부하고 농경에 적합한 온대기후
  • 농경이 발달했고 인구는 10만명에 달했으며 잉여 생산물이 생김에 따라서 다양한 사회 계층이 발생
  • 사회 계층의 발생과 더불어 무기, 농기구 등도 발달

🦭 채텀제도

  • 채텀제도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음
  • 최초 뉴질랜드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은 농경인들이었으나 그들이 가져온 작물은 온대기후인 뉴질랜드에서 적합한 것으로 한대 기후인 채텀제도에서는 재배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수렵 채집인으로 기술이 오히려 후퇴
  • 뚜렷한 지배자가 없는 단순한 사회 구조
  • 인구도 2000여명에 불과.

역사적 실험 결과

마오리족과 모리오리족은 정착한 곳의 지리적 조건 외에는 모두 큰 차이가 없었으므로 뉴질랜드와 채텀제도의 넓이, 기후 등 지리적 조건이 두 문명의 발달 속도를 좌우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단순한 지리결정론은 아니다.

🔃 만일 이주 방향이 거꾸로였다면 어땠을까?

채텀제도에 먼저 사람이 살았고 한대에서 잘 자라는 식물을 작물화하여 가지고 있었다면 뉴질랜드로 이주한 사람들은 농경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와 같은 설명은 단순한 지리결정론이라기 보다는 역사적 요인과 지리적 요인을 모두 고려하고 있는 경로 의존적인2 지리결정론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본격적으로 지구적 차원에서 문명의 발달 단계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런데… 그 전에 경쟁이론을 먼저 살펴봐야하지 하지 않을까? 경쟁이론이 설득력있다면 다른 모든 것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지리결정론이 역사적 실험으로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여기서는 강력한 경쟁이론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인종 결정론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라시아 대륙 사람들보다 낙후된 문명을 지닌 것이 인종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비전문가의 개똥철학 같은 것이지만 과학의 탈을 쓰고 진지하게 이런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간 집단 간의 유전자 풀 차이가 문명의 발전 속도를 좌우했다는 주장에 대한 신빙성 있는 근거가 제시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리결정론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총, 균, 쇠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 라는 책을 통해 문명의 발달 정도 차이는 유전적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리적 위치 때문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다. 34

문명 발달이 고도화된 이후의 경제발전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곤란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유라시아와 비교하여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상대적 낙후성을 설명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5

🏠홈   ⏮️처음    다음▶️   📁사이트맵

Footnotes

  1. 역사적 실험은 오늘날 경제사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우리 수업에서도 뒤에 다시 등장한다.

  2. 경로의존성존성|경로의존성]]이란 현재의 선택이나 현상이 과거의 역사에 의해 제약되는 현상을 말한다. 경로의존성의 자세한 의미는 뒤에서 다시 다룬다.

  3. 이 책은 일반인들도 읽기 쉽게 쓰여 있고, 하룻밤에 다 읽었다는 증언이 많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니 직접 읽어볼 것을 권한다.

  4. 이 장에서 살펴 볼 지리 결정론은 기본적으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 근거하고 있다. 물론 필자가 많은 내용을 생략하고, 덧붙이고, 수정하였으므로 오류는 전적으로 필자의 잘못이다.

  5. 특히 몇몇 과학자들은 “역사 과학”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거의 원인과 결과를 따지지 않거나 근접 원인만 따지는 역사학을 넘어서 근본 원인을 경험적 증거를 통해 입증했다는 것이다. 물론 밑에서 보겠지만 아직 과학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hard)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