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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의 예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학회나 국가 기관이 권장하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대부분 합리적인 선택이다.

  • 모든 약, 백신에는 효과와 위험성이 공존하는데 학회나 국가 기관은 효과와 위험성 뿐 아니라 비용과 접근성까지 고려하여 권고 여부를 결정한다.
  • 특히 위생이 열악하고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빈민들에게 백신은 그 효과성이 크다.
  • 백신은 극적으로 영유아 사망률을 감소시킨다.
  • 말라리아를 앓지 않은 어린이는 앓은 어린이보다 최고 50% 미래 소득이 많다.

그럼에도 빈민들은 아이들에게 백신을 잘 접종시키지 않으려 하는 것이 문제다. 무료로 공급해도 이 문제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병에 걸리면 형편 없는 수준의 사설 의료기관이나 주술사를 찾아가서 큰 돈을 지출하는데 당연히 효과성은 떨어지고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또한 사설 의료기관에서 항생제를 오남용하여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백신 접종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 돌돌이가 백신을 맞으면 옆집 달달이도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외부효과) 집단면역을 얻기 위해 80% 이상이 접종해야 하고 WHO는 9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백신을 접종하게 만들 수 있을까?

사람은 가 아니다. 따라서 단순한 정보 제공으로 사람들의 습관, 전통, 관습, 상식을 바꾸기는 힘들다. 이 때 슬쩍 옆구리를 찔러주면 거창한 경제적 인센티브보다 훨씬 좋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로 결정한 것이 아니므로 또 쉽게 바꾸기도 하는 것이다.


🚑 찾아가는 백신 접종

흔히 빈국의 의료 시설은 거주지에서 멀기 때문에 사람들이 오기 귀찮아서 안 맞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사람들이 합리적이라면 거리가 좀 멀더라도 백신을 맞을 것이지만 사람의 귀찮음은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을 정도로 크다.

당장 선진국에 사는 우리도 국가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건강검진조차 귀찮아서(혹은 무서워서?) 피하는 합리적이지 못한 행동을 한다. 그래서 한국은 국가가 건강검진을 강제하는 (소비의 자유를 신성시하는 경제학자들이 들으면 펄쩍 뛸만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실제 이동식 의료시설을 통해 귀찮음을 덜어주니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 작은 선물은 어떨까?

사람은 별 것 아닌 선물에도 귀찮음이나 습관의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 이 때 선물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경제적 인센티브를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귀찮음과 습관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약간의 핑계를 주자는 것일 뿐이다.

실제 백신을 맞으러 오면 현지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정도의 렌틸콩1을 지급하자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으러 찾아왔다.

[!넛지]
이렇게 강제가 아니라 부드럽게 선택을 유도하는 정책을 넛지, 즉 옆구리 찔러주기 정책이라고 한다.

정책 효과에 대한 검증

그런데 옆구리 찔러주기 정책의 효과성을 어떻게 검증할까? 진짜 찾아가서, 혹은 작은 선물 때문에 백신을 맞으러 왔는지 아니면 우연히 다른 요소에 의해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왔는지 알 길이 없다. 나아가서 평소보다 많이 왔는지부터 의심스럽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작위 통제 실험을 통해 정책의 효과성을 검증해야 한다. 그 방법은 아래 그림을 참조하자.

백신 접종률에 대한 무작위 통제 실험

염소 소독제의 예

빈국은 흔히 오염된 식수로 인한 장염이 만연해 있다. 빈민들에게는 상수도 시설이 없고 멀리 떨어진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 사용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깨끗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길러 온 물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염소 소독제를 조금만 투입해도 장염을 예방하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저렴한 비용에 공급되는 염소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실제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장염이 걸렸을 때 거의 효과가 없는 형편 없는 사설 진료소나 주술사에게는 큰 돈을 지출하면서 말이다.

간단히 우물가에 손잡이를 돌리기만 하면 염소를 투입해 주는 기계를 설치했더니 사용률이 크게 증가했다.

염소 투입 기계

교육의 예

💰 교육과 소득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교육기간이 1년 증가할 때 8%의 소득이 증가한다. 초등교육을 마치지 않고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교육 기간과 소득 증가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교육 기간과 소득은 선형관계에 있음을 발견하였다.


🤔 교육에 대한 부모의 착각

학부모들은 초등교육의 수익률은 낮게, 중등교육의 수익률은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여러 형제들이 있는 경우 중 한 명에게만 모두에게 초등교육을 시키기보다는 한 명에게만 고등교육을 시키고는 한다. 교육을 일종의 복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나머지 아이들에 대해서는 “멍청하다”는 말을 대놓고……


🎲 추첨을 통한 보조금 지급 실험

여러 자녀를 대상에 올렸다가 한 자녀만 당첨된 가정에서 당첨되지 않은 자녀의 취학률은 모든 자녀가 당첨되지 않은 가정의 자녀보다 낮았다. 늘어난 소득을 당첨된 아이에게만 집중한 탓이었다.


🔗 빈국의 교육 시스템 자체가 착각에서 비롯

식민통치 시절 학교 교육의 목적은 식민지 엘리트를 충실한 동맹세력으로 만들고 서민 간의 격차를 극대화 하는데 있었다. 여전히 빈국 교사들은 우수한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어려운 시험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을 자신들의 임무라고 전제하고 있다.

빈국과 한국의 교육

빈국의 수엄 모습

초등 3학년 시범수업을 참관했을 때 교사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유명한 증명을 설명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단정하게 교실 바닥에 앉아서 경청했지만 수업 내용을 따라가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수준별 수업에서 하급반을 맡은 교사들은 쓸데 없는 일을 맡았다며 불쾌해하며 수업을 잘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분명 선진국이다. 그런데 뒤플로, 바네르지의 책 중 교육에 대한 부분을 읽다 보면 한국 얘기 같은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교육적 관심이 명문대 몇 명 보냈냐에 집중되고, 명문대에 많은 학생을 보내면 좋은 교사가 되고, 나머지 학생들은 들러리가 되기 쉽상이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교육 방식에 지나치게 익숙하여 대체 뭐가 문제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서구에서도 물론 엘리트 교육을 중요시 하지만 그보다 가장 낮은 성취 그룹의 학력 향상,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감소를 더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교사들도 그러한 활동에 더 성취감을 느끼고 고평가 받는 경향이 있다.

바른 교육의 방향

일부 뛰어난 학생이 아니라 대다수 평범한 학생에게 이로운 교육을 제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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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s

  1. 렌즈콩이라고도 부르는 콩과 식물이다. 렌즈의 생김새가 이 콩과 닮았다고 해서 렌즈라고 불리게 되었다. (거꾸로가 아님에 주의) 주로 인도와 지중해 연안에서 재배되며 아랍이나 인도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