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신고전학파에서의 기업
시장경제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제주체들이 가격신호에 근거하여 행동한다. 기업은 가격 신호를 보고 생산 방법, 생산 수단의 양과 종류, 생샨물의 양과 종류 등을 결정한다. 미시경제학의 표준이론에 따르면 이와 같이 시장 기제를 이용하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생산 방식이다. 시장 경쟁의 결과 가장 싸고 좋은 물건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생산이론, 본인-대리인 이론 등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기반한 기업이론에서 기업은 기본적으로 계약의 다발이다. 시장에서의 계약과 기업은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따라서 기업이란 실체가 없는 단순한 법적인 허구에 불구한 것이다.
기업은 법적인 허구일 뿐일까?
현실의 기업을 단순히 계약의 다발로 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 현실에서 기업과 노동자는 시장계약관계와는 달리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계약에 근거한다. 노동자가 할 일은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고 기업의 지시에 따라 작업한다. 기업은 단순한 계약관계가 아닌 명령과 복종에 기반한 위계조직이다.
위계조직
조직의 권한의 일부를 부하에게 위임하고, 그 부하는 자기의 권한을 다시 바로 밑의 부하에게 위임하게 되는 등 계층화를 통하여 명령과 복종관계를 명확히 하는 조직
위계조직의 단점
첫째,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계약에 근거하여 고정적인 급여를 제공하면서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을 위임하게 되면 이해관계 불일치로 인한 인센티브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비용이 소요된다. 시장에서는 경쟁을 통해 조달하기 때문에 인센티브 문제가 자연히 사라진다.
둘째, 시장을 이용하면 시장에서 가장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위계조직을 이용하면 스스로 만든 물건이 좋지 않더라도 그 물건만을 사용해야 한다.
셋째, 시장을 이용하면 구입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자원의 할당, 업무 할당은 구입자가 신경 쓸 필요가 없이 시장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위계조직을 이용하여 생산하면 이러한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며 여기에는 비용이 소요된다.
거래비용 이론의 아이디어
거래비용이론은 이와 같은 위계조직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위계조직으로서의 기업이 왜 존재하는가를 해명하는 이론이다. 거래비용이론에 따르면 위계를 이용할 때 조직비용이 발생하는 것처럼, 시장을 이용하는 경우 거래비용이 존재하고 이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이다.
거래비용 이론
불완전 계약
경제 현상은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인간이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계약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계약 시에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측해서 그 책임소재 등을 명확히 해야하는데 인간이 앞으로 일어날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할 수 없다. 따라서 계약이 이루어졌더라도 언제나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 만일 분쟁이 발생한다면 이를 해결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기회주의적 행동
불완전한 계약은 기회주의적 행동을 조장할 수 있다.
기회주의적 행동
기회주의적 행동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만이 가진 정보를 이용하여, 혹은 남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남을 위협하거나 속이는 행위
계약 당사자들은 처음부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던지, 나만 알고 있는 정보를 감추고 몰래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는 등을 통해서 불완전한 계약의 헛점을 이용한다.
하지만 시장에 경쟁자가 많이 존재한다면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방이 언제든지 계약 당사자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회주의적 행동이 가능하려면 불완전 계약과 함께 작은 숫자의 경쟁자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쌍방독점
만일 쌍방독점과 같은 거래가 된다면 두 당사자 모두 기회주의적 행동을 할 여지가 있고 따라서 거래비용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장기적 거래 관계에서는 처음에는 경쟁시장이었던 것이 점차 쌍방독점으로 변할 수 있다.
거래 특수적 투자와 억류 문제
경쟁시장에서 쌍방독점의 문제는 거래 특수적인 투자에 의해서 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어떤 부품의 생산을 맡을 때 이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계가 필요한데 이 부품은 A사의 제품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기계를 사게 되면 A사 외에는 다른 곳에 납품하는 데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면 A사는 수요 독점의 위치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A사가 B사 부품에 최적화된 기계에 투자하면 B사가 공급 독점의 위치에 서게 된다.
이와 같은 억류(hold-up) 문제가 거래 비용 문제를 만들게 된다.
위계조직에서 거래비용 문제의 해결
시장에서 할 거래를 내부 조직에서 해결한다면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의한 거래비용을 없앨 수 있다. 내부 조직에서는 계약이 아니라 명령에 의해 재화나 서비스가 공급되기 때문에 분쟁의 여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서의 거래에는 기회주의의 여지도 없다. 조직 내의 부서는 상부에 대해 자신들만의 이익을 주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 문제와 암묵성 문제]-
거래비용 이론은 주로 신고전학파 경제학과 궁합이 잘 맞는 거래 특수적 투자를 중심으로 논의가 발달해 왔으나 거래 비용 이론을 최초로 제시한 윌리암슨의 “Markets and Hierarchies”에는 거래 비용을 만드는 다양한 이유에 대해 논의가 담겨 있다.실행을 통한 학습
경쟁시장에서 A라는 업체가 B라는 업체를 납품업체로 선정해서 계약을 맺었을 때 A와 B 회사가 협력을 잘 해야 품질 좋고 A회사의 시스템에 잘 맞는 물건이 납품될 수 있다.
이 때 B는 A와의 협력을 통해서 많은 명시적, 암묵적 지식들을 배울 수가 있는 한편, 그 물건을 많이 만들어 봄으로써 그 물건을 좀 더 품질 좋고 싸게 만들 수 있는 방법도 고안할 수가 있다. 이러한 것을 “실행을 통한 학습”이다.
따라서 B는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더 많은 암묵적 지식을 가지고 있게 되는데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B를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할 수 있다.
언어의 문제
세상의 모든 것을 언어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또한 같은 말이라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는 흔하다. 따라서 계약 할 때, 혹은 계약의 이행에 있어서 언어적 혼란은 피할 수가 없다. 이런 언어적 혼란 역시 거래 비용을 발생시킨다.
언어 문제의 해결
조직 내에서는 보다 효율적인 언어체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집단이든 그 집단 내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들이나 일상어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들이 존재한다. 이런 용어들은 일상어로는 표현하기 어렵거나 일상어로 표현하면 비효율적인 한정된 집단 내에서 의사소통이 쉽도록 만들어 낸 것이다.
시장에서 계약을 통해 재화나 용역을 조달하면 기회주의적 행동의 위험 때문에 이러한 언어 시스템을 서로 만들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서 이미 서로 간의 언어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두 당사자는 서로에게 종속되어 버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더 이상 당신에게 팔지 않겠다거나, 사지 않겠다는 위협이 가능하다. 이런 위험을 안고서 비용을 들여서 언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라면 기회주의적 행동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쉽게 효율적인 언어체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암묵성 문제의 해결
위에서 시장 거래에서 정보의 암묵성이 큰 문제가 된다고 했는데 내부 조직은 그 안에서 효율적인 의사소통 수단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암묵성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암묵적 지식이 보다 잘 조직 내에 유통될 수 있다면 시장 거래보다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이다.
거래 비용 이론의 결론
이상과 같이 거래비용의 경제학에 따르면 각 재화, 서비스마다 거래비용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거래는 시장에서 일어나고, 어떤 거래는 조직, 즉 기업 내부에서 일어난다. 다시 말해서 거래비용의 존재가 바로 기업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거래비용 이론의 평가]
주요한 기업 이론 중 하나인 팀생산 이론은 서로 분리될 수 있는 작업을 한 기업에서 하는 대기업의 경우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거래비용이론에 따르면 작업이 서로 분리되더라도 거래비용이 크다면 기업 내에서 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거래비용이론의 기업 간의 다양성, 기업 범위의 변화 등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약점도 있다.실제 같은 산업 내에 존재하는 기업들을 보면 수직적이나 수평적으로 기업의 범위가 다른데 이러한 현상은 거래비용이론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만일 기업마다 거래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왜 기업마다 거래비용이 다른 것인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또한 거래비용이론은 정태적인 이론으로서 시간에 따라 기업 조직이 변화하는 현상에 대한 해명이 부족하다. 이러한 부분들은 진화론적 기업론이 일정 부분 해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기술혁신의 경제학 수업을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