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의 사도처럼 알려져 있는 다윈은 “종의 기원”을 쓸 때까지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후일 종교관이 변화한 것은 분명하나 스스로 명확히 본인의 종교관을 표출한 적은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편지를 통해 추측해볼 수 있다.

다윈이 미국의 식물학자 Asa Gray에게 보낸 편지 중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서 하느님의 선한 설계와 자비의 증거를 명확하게 보지 못하겠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비참함이 존재하네. 자비롭고 전지전능하신 신이, 하필이면 애벌레의 살아있는 몸속에서 그 살을 파먹으며 자라나도록 ‘맵시벌’을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창조하셨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네. (중략)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나는 이 경이로운 우주, 특히 인간의 본성을 바라보며 모든 것이 맹목적인 힘(brute force)의 결과라고 만족스럽게 결론내릴 수도 없네. 나는 오히려 모든 것이 어떤 ‘설계된 법칙(designed laws)’의 결과라고 보는 쪽으로 기울어 있네. 다만 그 세부적인 결과들—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은 우리가 ‘우연(chance)’이라 부를 수 있는 과정 속에서 전개되도록 남겨져 있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이 생각이 나를 만족시키는 것도 결코 아니네. 나는 이 문제 전체가 인간 지성으로는 너무도 심오하다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네. 마치 개 한 마리가 뉴턴의 정신을 추측하려 드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그러니 각자는 자신이 바라고 믿을 수 있는 것을 믿도록 두게.

출처: https://www.darwinproject.ac.uk/letter?docId=letters/DCP-LETT-2814.xml

위 편지에서 드러나는 다윈의 종교관은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이신론, 혹은 불가지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