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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아세모글루는 운명의 역전 현상이 제도 탓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3의 요인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경쟁이론들을 논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역전 현상은 지금까지의 다른 이론들로는 설명이 안된다.

지리

앞 서 살펴보았듯이 온대기후가 경제발전에 더 좋다면 1500년 이전에 열대 지방에 있던 문명들이 앞섰던 점이 설명이 안된다.

재래드 다이아몬드류의 경로 의존적인 지리결정론은 이와 같은 역전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 설명력을 가질 수도 있다. 유럽인들은 유럽에 맞는 기술과 작물들을 개발했을 것이고 그것을 다른 지방에 가져갔을 때 아무래도 유럽과 비슷한 기후에서 더 빠른 경제발전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역전의 결정적 시기가 공업화와 맞물린다는 점 때문에 기각된다.

문화

사회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막스 베버 (1864-1920)는 그의 유명한 저서인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 윤리”에서 신교의 등장이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주장하였다. (뒤에서 자세히 살펴 보자.)

이 주장에 따르면 구교 국가인 스페인이 점령했던 남미는 저소득일 수 밖에 없고, 신교 국가인 영국이 점령한 북미는 부유하다고 볼 수 있다. 남미에는 스페인의 좋지 않은 문화가 전수되었고, 북미에는 영국의 좋은 문화가 전수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증거는 베버의 주장에 반한다.

  • 당시 가장 경제적으로 앞서 있던 네덜란드가 지배했던 동남아시아의 경우 결국 남미와 비슷한 경제구조로 귀착되었다.
  • 영국 식민지에서도 아프리카, 인도, 카리브해 등은 남미와 별 차이가 없었다.

다시 말해서 누가 식민지를 지배했느냐는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실제 그림에서 보듯 영국 식민지 사이에도 분명한 운명의 역전 현상이 관찰된다.

영국 식민지들 사이의 운명의 역전

인종

백인이 많은 북미, 호주, 뉴질랜드 등은 고소득 국가인데 백인의 비율이 낮은 인도, 남미, 아프리카는 저소득이라는 점은 백인의 인종적 우월성을 의미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 또한 역사적 증거에는 반한다.

  • 홍콩과 싱가포르에는 유럽인이 많지 않았지만 오늘 날 식민지였던 국가들 중 가장 고소득 국가이다.
  • 아르헨티나는 백인의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저소득 국가이다.
  • 그림에서 보듯 유럽인의 비중이 5% 미만인 국가들 사이에서도 운명의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1

유럽인이 5% 미만인 국가들의 운명의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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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s

  1. 인종과 경제발전을 연결 짓는 주장은 인과관계가 규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크게 고려해야만 하는 주장은 아니지만 과연 이 그림이 그것을 얼마나 반증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에서 홍콩과 싱가포르가 상관관계를 크게 만드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을 가외치(outlier)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