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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남북 격차

이탈리아의 지역별 소득과 실업률
이탈리아 북부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고소득 지역이지만 남부는 유럽에서 가장 소득이 낮은 지역 중 하나다.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유명 패션 브랜드와 자동차 브랜드들은 모두 북이탈리아에 기반하고 있다. 이런 소비재 외에도 북이탈리아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계, 반도체 공업 중심지이다. 베네토에는 세계 안경 시장을 석권한 록소티카가 위치해 있다.

지리적 통일성 여부가 남북격차의 원인?

남북 격차는 역사적으로 남쪽은 통일왕국이었던데 비해 북쪽은 도시 국가들로 쪼개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실제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이탈리아의 통상국가들, 베네치아, 피사, 제노바, 피렌체 등은 모두 북부에 위치해 있다. 반면 남쪽은 시칠리아 왕국(나폴리 왕국, 양 시칠리아 왕국)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이러한 지리적 통일성의 차이 때문에 북쪽에서는 자본주의 발전에 꼭 필요한 사회적 자본인 시민들 간의 신뢰관계가 형성된 데 반해 남쪽은 대지주와 농노들로 이뤄져 있어서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494년 이탈리아 반도

국가의 크기가 중요한 것일까?

베네치아 공화국의 영토 확장

베네치아는 광대한 영토를 가진 국가였고 남쪽 왕국은 그리 크지도 않았다.

단순히 국가의 크기보다는 통치집단의 성격이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주로 외부 왕가가 통치했던 남쪽과 달리 북쪽은 상인들이 통치하였다. 베네치아는 유럽에서 거의 유일하게 중세부터 나폴레옹에게 멸망당하기 전까지 상인들의 통치가 이어졌다. 후일 프랑스 왕비까지 배출한 유명한 피렌체의 통치 가문인 메디치가는 원래 금융업자였다.

실제 산업혁명은 지리적으로 통일되어 있었던 영국에서 일어났다. 영국 다음으로 중앙집권화를 완성한 프랑스는 현재까지 유럽에서 선도적인 산업국이다.

지리적 통일성과 대분기

어떤 학자들은(예를 들어 다이아몬드) 유럽이 중국을 앞서게 된 것은 중국은 평탄한 지형이라 통일왕조를 이어간 것에 반해 유럽은 지리적 단절이 심해 수 많은 정권으로 분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통일왕조의 경우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인 혁신을 억제하고 과도한 시장 간섭을 할 가능성이 높으나 분화된 유럽의 경우 그렇게 하면 사업가나 기술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쟁압력)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리적 분권화가 중요할까?

유럽도 로마 시대 지중해권, 중세 초기 프랑크 왕국 시기에는 중앙집권적이었다. 중세 후기 분권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으나1 금새 다시 유럽 국가들의 중앙집권화가 시작되었다. 유럽이 중국보다 뒤쳐졌을 때의 정권 분화가 컸던 반면, 유럽이 앞서기 시작했을 때는 중앙집권화가 진전되었던 것이다.

유럽 내에서도 프랑스나 영국은 다른 유럽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중앙집권적이었으나 경제는 가장 빨리 발달한 곳이다. 반면 독일은 프랑스, 영국보다 분권화되어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지역이었다가 프로이센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산업혁명에 돌입하였다.

인도는 오랫동안 분권화된 국가였으나 인상적인 경제발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유대인의 축출
분권화되어 사업가나 기술자들을 억압할 수 없다던 유럽에서는 특히 유대인 상공업자들에 대한 박해, 그로 인한 이동이 많이 일어났다. 중세 서유럽의 상공업을 주도하던 유대인은 중세와 근세에 걸친 박해로 많이 줄어들었고 비교적 국제적 분위기이던 동유럽 도시에 자리잡은 경우가 많으나 결정적으로 2차 세계 대전을 계기로 유럽 내 유대인 공동체는 거의 사라졌다.

지리와 정치적 분권의 관계

중국도 늘 통일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춘추전국시대, 오호십육국, 남북조, 오대십국, 남송과 이민족왕조의 공존 등 오랜 세월 중국은 지리적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근본적으로 중국의 지리는 유럽보다 평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정작 지리와 정치적 분권의 관계는 유럽 내에서도 일정치 않다. 독일은 유럽에서도 평탄한 지역이지만 19세기까지도 소국들로 나뉘어 있었던 반면 스페인이나 오스트리아는 독일보다 험한 지역이지만 훨씬 일찍부터 중앙 집권화 되었다. 고대 로마는 평탄하지 않은 지역들을 바다를 통해 연결하여 중앙집권적 대제국을 건설하였다.

한반도는 세계적으로 보면 산악 지역이지만 중앙집권화의 역사가 긴 반면 일본은 한반도와 비슷한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오래 동안 분권화 되어 있었다.

중국의 역사

중국과 유럽의 지리

중앙집권화의 이점

분권이 경제발전에 좋다는 것은 서구의 경제발전 경로를 절대시하는 오류라고 할 수도 있다. 중앙집권화가 되면 안정된 경제생활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교역을 증진시킬 수 있고, 전쟁 같은 낭비적 요소를 방지할 수도 있고, 발명이 쉽게 전파될 수도 있다.

물론 중앙집권화의 폐해도 있고, 분권화의 이점도 있으나 중요한 것은 기계적으로 어느 쪽이 낫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평화를 지속시키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가능케 하고, 발명과 확산을 촉진시키면 경제가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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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s

  1.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중세 후기의 봉건제에 대해서도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는 없다. 시기와 지역 별로 다양한 정치 제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세 말기 부르고뉴 지역과 저지대 지역을 통일한 부르고뉴국은 비교적 강력한 중앙집권을 이루었다.